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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07/08/24   성분명 처방 [7]
성분명 처방
성분명처방을 의무화해야한다 아니다 말이 많은데 어떻게 되어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.

일단 개인적으로는 성분명처방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.

그럼 우선 성분명처방이 뭘 말하는 것인지, 그럼 현재는 뭐가 어떻게 되는 것인지 보겠습니다.

몸이 안 좋습니다.

병원을 가서 의사에게 진료받고 약의 처방전을 받습니다.

그리고 환자가 원하는 약국에 가서 그 처방전을 주고 약을 받고, 알맞는 복약지도와 함께 약을 타오지요.

그런데 이 처방전을 잘 살펴보면 현재로써는 A회사에서 나온 K약을 쓰라! 고 명시되어있고 그 외의 약을 써서는 안됩니다.

당연히 처방전대로 약을 줘야지 뭔 소리냐?! 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아니죠.

X라는 성분의 약이 있다면 이걸 한 회사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.

여기만 해도 예를 들어 Naproxen이라는 성분을 가진 상품(약)은 Inza(Alphapharm), Femme Free(Douglas), Naprosyn(Roche), Naprosyn(Link), Eazydayz(Cipla GenPharm), Nurolasts(Boots) 의 6개 이상이 있습니다.

각각 상품명이고 괄호속은 회사명이지요.

듣기에 한국은 그야말로 중소규모 제약회사들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던데 얼마나 더 많은 회사에서 같은 성분을 찍어내는지는 다 파악하기조차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.

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처방전에는 딱 한 회사의 한 상품만 쓰라고 명시되어 나오는 것이지요.

그럼 이게 무슨 문제냐?

환자는 꼭 그 병원의 근처에 있는 약국에 가야지만이 처방전의 약을 받을 수 있는 것을 100% 확신받을 수 있게 됩니다.

약국도 장사인데 한가지 성분의 약을 수십개의 회사의 다른 상품들을 죄다 갖다놓을 수는 없지요.

예를 들어 환자가 저 위의 Naproxen이라는 성분의 약이 필요해 처방전이 나왔다고 칩니다.

환자는 처방전을 들고 병원근처의 약국이 아닌 집근처의 약국을 찾았습니다.

아뿔싸! 그런데 처방전에 나온 약은 Alphapharm에서 나온 Inza인데 그 약국에 있는 Naproxen은 Aleve와 Naprosyn밖에 없는 것입니다.

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 환자는 울며 겨자먹기로 친근한 동네약국이 아닌 낯선 병원근처의 약국을 가야하거나 결국 맞는 약을 못 찾고 도로 그 곳으로 돌아가게 됩니다.

이걸 막기 위한 것이 성분명 처방입니다.

이것이 의무화된다면 의사들은 Inza, Aleve같은 상품명이 아닌 Naproxen이라고 처방을 내야합니다.

그러면 환자는 어느 약국을 가도 그 성분이 들어있는 아무 회사의 약이나 다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.

좋지요? 편하죠?

그런데 의사쪽에서 당연히 걸고 넘어집니다.

그 쪽에서 내세우는 반론이 몇 가지 있는데요.

1. 의사의 뜻에 맞지 않게 약사 임의의 처방이 될 수 있다.
이건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.

성분명으로 처방을 내게 되면 Naproxen이라고 처방전에 찍혀서 나오고 이 처방전은 [Naproxen을 환자에게 줘라.]라는 의사로부터 약사에게 보내는 편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.

약사는 그 편지를 보고 Naproxen을 환자에게 건내주는 것이죠.

처방전에 Naproxen이 나왔는데 약사가 맘대로 [어, 이거보단 Ibuprofen이 좋겠네요.] 이러면서 Ibuprofen을 주는 제도가 아닙니다.

2. 카피약의 성분을 믿을 수 없다.
위에서 말 했듯이 한국은 중소제약업체가 더글더글하는 곳입니다.(라고 들었습니다)

의사의 입장은 [대형회사가 아닌 중소제약회사에서 만든 약의 성분을 믿을 수 없다.]라는 것입니다.

그리고 사실 이 의견은 타당하다고 보이기도 합니다.

얼마전 생동성실험을 통과한 카피약들이 사실은 자격미달이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까요.

생동성실험이란 간단하게 말해서 A라는 약이 껍데기에 표시된 양 만큼의 약성분이 제대로 포함되어있는가? 그리고 그 성분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서 원본약(대형 제약회사에서 만들어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약)과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가? 를 측정하는 실험입니다.

그런데 이건 사실 성분명처방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그 생동성실험을 제대로 안(못)한 식약청을 걸고 넘어져야 하는 것이지요.

원래라면 믿을 수 있어야 하는 수치가 신뢰도가 낮다면 그 신뢰도를 높이고 그 수치를 믿는 것이 일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지, 못 믿는 수치를 못 믿을 수준 그대로 놔둔다면 그야말로 정말 위험한 일 아니겠습니까.

거기다 그 식약청의 실험/연구원들의 밥값이 죄다 국민의 세금에서 나가는 다음에야 말 다 했지요.

그러니 현 시점에서는 생동성실험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 그것을 못 믿겠다고 성분몀처방을 반대하는 것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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여기까지가 착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사정이었습니다.

교과서에 실려도 좋을만큼 정석적이고, 4살박이 어린이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어머니가 조용히 읽어줘도 될 것과 같은 평화와 청결의 이야기들이었습니다.

이제 톡 까놓은 이야기로 넘어갑니다.

생동성실험에서 문제가 터졌다 해도 대다수의 카피약은 믿을만 하다는 사실, 의사들도 잘 압니다.

실제로 몇몇 개인병워에서는 카피약이 처방으로 나오기도 한다는군요.

의사들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성분명처방을 한다고 해서 약사들이 자가처방을 내리지도, 내릴 수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.

약사들도 환자가 조금 불편함을 겪는 것에 큰 신경은 안 씁니다.

아니 오히려 뒤집어서 보자면 대다수의 약국이 병원과 붙어있는 현대에서 병원이 정한 약을 자신들만 취급하게 되는 현 상황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.

맨 처음에 말했던 예의 상황에서 만일 성분명처방이 나왔다면 환자는 자기동네의 약국에서 약을 탈 것이고 병원의 옆에 있던 약국은 손님 한 명을 놓치는 격이니까요.

결론은?

리베이트죠 뭐.


하나의 성분을 가진 약이 서로 다른 제약회사에서 나오고 그 중 무엇을 택할지는 의사나 약사 둘 중 한 명에게 선택권이 주어집니다.

제약회사의 세일즈부서로써는 그 선택권이 있는 쪽을 잡아야 하며 당연히 물질적, 금전적인 무언가가 주어집니다.

호주만 해도 약국에서 쓰는 메모지, 종이, 볼펜, 마우스 등등은 죄다 제약회사로고가 붙어있는 것 들이지요.
(아, 여기는 성분명처방이 일반적입니다.)

의사로써는 지금까지 잘 받아먹고 있었던 것이 끊길 판이고 약사로써는 의사만 받아먹던 것이 자기들에게 올 판이니 이렇게 치열한 것입니다.

약사도 의사도 아닌 사람의 입장으로써는 배아픈 일이겠지만 이래저래 어느놈 하나가 받아먹어야 할 상황이라면 최대한 국민의 편의와 이익을 위하는 쪽으로 가야겠지요.

저는 그래서 성분명처방을 지지합니다.

ps. 물론 리베이트가 합법이라는 것은 아닙니다. 어찌되었든 그 부담은 환자에게 돌아갈 터이니 없어지는 것이 좋겟지만 그게 쉽지는 않으니 기왕 있을거면... 이란 말이지요.
by 이등 | 2007/08/24 20:45 | 각종영상매체 | 트랙백(1) | 덧글(7)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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